이미지 확대/축소가 가능합니다.

 

[ 가톨릭신문사 신심서적 33권 - 2015년 1월  선정도서 ]


원제 : CONTRO I PENSIERI MALVAGI Antirrhetikos


  이 책에서 에바그리우스는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의 성경 말씀들을 가려 뽑아 여덟 가지 악한 생각에 대적할 ‘무기’로 소개한다.
그가 말하는 ‘여덟 가지 악한 생각’이란, 탐식·음욕·탐욕·슬픔·분노·아케디아·헛된 영광·교만이다. 고대 수도 교부들이 악한 생각에 맞서 싸울 때 성경 말씀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 지혜로운 가르침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악령이 우리 마음에 나쁜 생각을 불러일으키면
멍청히 앉아서 당하지 말고 맞서 싸우라!



에바그리우스는
  4세기 사람이다. 폰투스의 이보라에서 태어났지만 콘스탄티노플, 니트리아 등을 전전하다가 이집트 켈리아에서 수도승생활을 했다. 한때 애욕의 유혹에 빠져 방탕하게 산 적도 있었으나, 허망한 것들을 전부 내려놓고 사막으로 들어가 14년 동안 필사가로 일하며 금욕과 고행을 실천했다. 지식인의 교만은 버렸다. 작은 이들의 벗이 되려 애썼고 적대를 침묵으로 인내했다. 『안티레티코스』는 이런 사람이 쓴 책이다.



『안티레티코스』는
  본디 ‘반박 혹은 반론의 방법’을 뜻한다. 한마디로, 수도승생활의 걸림돌이 될 만한 나쁜 생각들에 맞서는 방법이다. 책을 읽어 보면, 당시 수도승들의 수행생활을 염려한 에바그리우스가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이 빤히 보인다. 깊은 사막의 독방에서 고독과 싸우며 평생 하느님만 바라보는 삶을 사는데, 어찌 분심과 유혹과 갈등과 분열이 없겠는가. 죽을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한때 자신도 다 겪었던 일이었다. 자, 이기면 수도승이요, 지면 아무것도 아니다. 수도승생활이란 예나제나 자신과의 싸움인 것을.



여덟 가지 악한 생각
  에바그리우스는 수도승생활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는 악한 생각을 여덟 가지로 보고, 그 유형과 양태를 조목조목 기술한다. 그가 말하는 ‘여덟 가지 악한 생각’이란, 탐식·음욕·탐욕·슬픔·분노·아케디아·헛된 영광·교만이다. ‘아케디아’를 굳이 옮긴다면 ‘영적 무기력’ 또는 ‘나태’쯤으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그냥 아케디아로 알아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헛된 영광’은  흔히 말하는 ‘명예욕’ 같은 것이다. 아마 에바그리우스 눈에는 이런 생각에 빠지는 것이 수도승생활, 특히 공동체생활을 영위하는 데 가장 해로운 요인으로 비쳤을 것이다. 사막을 떠나 도시로, 수도형제들을 버리고 가족의 품으로, 골방을 버리고 여인의 안방으로 되돌아가는 수도승은 백이면 백 저 여덟 가지 악한 생각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에서 헤어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부추기는 원흉이 다름 아닌 ‘악령’이라고, 1,600년 전 사람 에바그리우스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악한 생각 대처법
  에바그리우스는 악령의 공격에 흔들리는 당시 수도승들을 차마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넋 놓고 앉아 당할 수만은 없다. 싸워야 한다. 그런데 악령은 모질고 질긴 놈들이다. 맨주먹으로만 맞서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하다. 더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겠다. 그래, 싸울 무기 하나씩 들려서 악령과의 전쟁에 임하자. 마침내 에바그리우스는 어마어마한 무기들이 비축된 무기고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성경이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악령들에게 유혹받으실 때도 성경의 하느님 말씀을 무기 삼아 놈들을 물리치지 않았던가.
  『안티레티코스』에서 에바그리우스는 악한 생각 하나에 성경 말씀 한 구절씩 맞세워, 악한 생각이 들 때마다 그 구절을 암송하고 묵상하게 한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총망라했다. 이 작품은 고대 수도 교부들이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했는지 그 지혜로운 가르침을 전해 준다.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들과 그 통제에 대한 가르침은 심리학적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고로
  『안티레티코스』는 에바그리우스의 작품 가운데서도 높이 평가받아 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리스어 원본과 그 단편조차 전해지지 않고 에바그리우스에 관한 학문적 연구에서도 소홀히 다루어져 제대로 된 비평본조차 나와 있지 않다. 시리아어와 아르메니아어 사본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이 사본들을 바탕으로 현대어 번역본들이 나와 있는데, 역자는 이탈리아 보제 공동체에서 출판한 이탈리아어 역본을 번역 대본으로 썼다. 이 번역본은 프랑켄베르크 판본의 시리아어 텍스트를 바탕으로 하고, 에바그리우스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가브리엘 붕에의 서문을 싣고 있다.



아울러
  고대 서양말의 사고 구조가 현대 우리말의 그것과 너무 달라, 말마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우리에게 적절하지 않은 대목도 더러 있다. 그런 대목은 읽기 쉽고 알아듣기 편하도록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옮기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히 애썼다. 이 책을 통해서라도 악한 생각과의 싸움을 위한 지혜롭고 유익한 방법을 알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것이 역자의 생각이다. 이 고대 수도승들의 ‘악한 생각 대처법’이 오늘날에도 도움되는 것일지는 영적 여정을 걸어가는 이들의 신심에 달렸다.

 

 


 

서문
작품의 구조와 의도
악한 생각 대처법
성경에서 출발하는 기도와 싸움
저술 동기
『안티레티코스』와『프락티코스』의 관계


머리말에 대한 영적 해설
사람들, 천사들과 악령들, 그리고 하느님 인식을 위한 싸움
유혹을 거스른 싸움에서 그리스도의 길
방법의 적용
성경 말씀의 역할
신앙과 계명준수
그리스도교 금욕수행에서 기도와 신앙
순수한 기도와 성삼위의 빛에 대한 관상
『안티레티코스』의 원전: 다윗과 거룩한 교부들의 전통
생각과의 싸움으로서 수도승적 금욕수행
결론: 영성생활에서 반론의 의미


안티레티코스 : 여덟 가지 생각에 관한 에바그리우스의 담화
머리말
담화 1 탐식
담화 2 음욕
담화 3 탐욕
담화 4 슬픔
담화 5 분노
담화 6 아케디아
담화 7 헛된 영광
담화 8 교만


옮기고 나서

약어표
인명 색인
성경 색인

 

 


 

지은이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Evagrius Ponticus)
  345년경 폰투스의 이보라에서 태어났다. 교부 바실리우스에게서 독서직을 받고, 379년에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에게 부제품을 받았다. 바실리우스가 죽자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를 스승으로 삼았다. 380년 고향을 떠나 콘스탄티노플로 간 그는,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 참석하여 모든 이단과 싸워 승리했다. 이 일로 한때 교만과 애욕의 유혹에 빠진 적도 있으나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383년 이집트로 갔다. 니트리아에서 2년 동안 살다가, 더 깊은 사막 켈리아에서 14년 동안 필사가로 일하면서 소량의 빵과 소금과 기름으로 금욕생활을 했다. 그는 원고들을 필사하고 문맹자들을 위해서 책을 저술했다. 에바그리우스는 지식인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지식의 한계를 절감하고 소박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스스로 작은 이가 되려고 노력했고, 그들의 적대감을 침묵으로 인내했다. 깊은 학식과 통찰력의 소유자 에바그리우스는 399년, 5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 허성석
  1988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입회하여 1991년에 첫 서원을 하고 1995년에 사제가 되었다. 대구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성신학으로, 1998~2001년 교황청립 로마 성 안셀모 대학교 수도승 연구소에서 수도승 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련장과 『코이노니아』 편집위원, 대구 가톨릭 신학원 강사를 거쳐 미국 뉴멕시코 주의 성 베네딕도회 사막 수도원에서 3년간 수도생활에 전념하고, 2009년 11월 귀국 후 성 베네딕도회 화순수도원(왜관수도원 분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분도출판사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영성과 명상의 세계』(공저, 2009) 『하느님 찾는 삶』(2010) 『수도승 영성사』(2011) 『성 베네딕도 규칙: 번역·주해』(2011) 『중용의 사부, 성 베네딕도의 영적 가르침』(2013) 『왁자지껄 교회 이야기』(공저, 2014)를 짓고, 『사막교부, 이렇게 살았다』(2006) 『프락티코스』(2011) 『마음의 기도』(2013)를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