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축소가 가능합니다.
   

엔도 슈사쿠 대표작 《침묵》(沈默)은 그에게 다니자키 상을 안겨준 작품으로서 오랫동안 신학적 주제가 되어 온 “하느님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신가?”라는 문제를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 상황을 토대로 진지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대한 심리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절제된 고전 기법으로 묘사된 등장인물들의 시련, 일본 문화와 지극히 서양적인 종교 양식의 미묘한 대립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포르투갈인 예수회 선교사 세바스티안 로드리고가 일본에 파견된 자기 스승이 배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해 시기의 일본에 들어가 숨어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배교하기까지의 고뇌와 고통을 그리고 있다. 영어ㆍ독일어ㆍ프랑스어 등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새벽의 희미한 빛, 빛은 노출된 신부의 가느다란 목과 쇄골이 드러난 어깨에 비쳤다. 신부는 두 손으로 성화를 들어올려 얼굴에 갖다 댔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에 짓밟힌 그 얼굴에 자기 얼굴을 대고 싶었다. 목판 속 그분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힌 까닭에 마멸되고 오그라든 채 신부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분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목판 속 그분은 신부를 향해 말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들에게 밝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 너희들의 아픔을 나누어 갖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졌다.

- 본문 중에서




침묵을 내면서
책머리에


세바스티안 로드리고 신부의 편지
옥중의 로드리고 신부
네덜란드 상인 우나센의 일기에서


맺음말




지은이 : 엔도 슈사쿠

1923년 일본 도쿄 출생. 12세 때 세례를 받았다. 1943년 게이오 대학 불문학과를 졸
업한 후 현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1950년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프랑스 현
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했다. 결핵으로 인해 2년 반만에 귀국한 뒤, 본격적인 작가 활
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침묵], [숙적], [그리스도의 탄생], [내가 버린 여자], [깊은 강] 등
다수가 있으며 [바다와 독약] 으로 신쵸샤 문학상과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을 수상하
였다. 1996년 9월 29일 타계, 동경 가톨릭 묘지에 잠들어 있다.
엔도 문학의 특징은, 多神性을 지니고 있는 동양 정신 풍토 안에서의 기독교 토착화
문제 및 인간에게 있어서의 죄와 악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