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축소가 가능합니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지혜
유년기나 청소년기와 마찬가지로 노년기에도 그에 걸맞은 성장이 필요하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이 정말로 늙어 버리기 전에 제때에 나이 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놓아 버리고 새롭게 성장하는 노년을 위해 그리스도교 안팎의 오랜 전통과 아름답게 나이 든 이 시대의 사람들을 본보기로 삼았다. 노老수도자의 깊은 성찰을 담은 이 책은 자유롭고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할까?

자신의 나이를 말해야 할 때, 자신이 실제로는 나이보다 젊다는 것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몸과 마음은 이십 대 못지않다’고 말하곤 한다. 이 말에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든 젊게 느끼고 있고,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총명함을 유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실제 나이를 무시하고, 인생의 각 시기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질문 또한 무시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 유년기나 청소년기와 마찬가지로 노년기에도 그에 걸맞은 성장이 필요하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이 정말로 늙어 버리기 전에 제때에 나이 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수도자의 노후 대책

수도자들은 특별히 노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을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곤 한다. 물론 수도원 밖의 사람들처럼 개인이 장기적으로 꼼꼼하게 경제적인 노후 대책을 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수도원에서 나이 듦과 죽음은 자주 마주하는 주제다. 그래서 어떻게 나이 들고 또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는 늘 묵상거리가 된다.
피델리스 루페르트는 사십 대 중반에 120명이 넘는 수도자가 함께 사는 큰 수도원의 아빠스(대수도원장)로 선출되어 23년 동안 재임했다. 그는 정해진 임기가 없는 아빠스직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퇴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했다. 퇴임하기 두서너 해 전부터, 더 길게는 사십 대부터 나이 드는 것과 퇴임 그리고 퇴임 이후의 삶에 대해 숙고했다. 그는 늙기 위해 참으로 오랫동안 준비하고 각오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전임 아빠스가 아닌 평범한 신부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예전의 사고와 삶의 방식 그대로 남은 생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살기’ 시작했다. ‘사제가 사제로 계속 살겠다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달리 ‘칠십 대의 주교가 다시 평범한 사제로 살겠다’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용기가 새삼 놀라울 것이다. 이 노老수도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숙고한 대로 아직 건강할 때 자신의 직위와 그에 따른 생활방식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지혜

이 책은 노년에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워지면 성장한다. 노년에 아무런 변화도 원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잃지 않는 데만 급급하면 불만만 가득한 화내는 노인이 되어 버린다.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권력, 건강, 사람 등 많은 것을 놓아 버려야 한다. 어떻게 품위 있게 놓아 버리느냐는 개인의 성숙 정도에 달려 있다. 우리는 지난 어느 세대보다 오래 살고 있다. 그러므로 노년이 정말 중요하다. 노년이 기회가 될 수 있다. 감사하고, 과거를 받아들이고, 놓아 버리고, 용서하면 노년에 자유로워지고 새로워진다. 자유로워지고 여유로워지면 죽음도 달리 보인다. 죽음의 두려움으로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며 더욱 깨어 살게 된다.

저자는 이렇듯 놓아 버리고 새롭게 성장하는 노년을 위해 그리스도교 안팎의 오랜 전통과 아름답게 나이 든 이 시대의 사람들을 본보기로 삼았다. 노수도자의 깊은 성찰을 담은 이 책은 자유롭고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뜻 깊게 ‘최후를 장식’하기 위해 이제 노년의 심오한 의미에 대해 묻고 길을 찾아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오늘날 성숙하고 지혜로운 노인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이가 젊음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교 안팎의 오랜 전통과 이 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에서 노년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또한 노년에 성취해야 할 매력적인 목적과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경험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노년에 더욱 풍요로운 결실을 맺기 위해 지금까지의 삶의 단계를 잘 마무리하고 또 새로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도 살펴보려 한다.(10쪽)

젊은이가 인생을 계획할 때 가정과 직업을 그려 보고, 어쩌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한다. 그런 다음 퇴직을 하고, 아이들도 독립해 나가는 시기가 오면 지금까지의 삶의 형태로는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한다. 이 시기, 그러니까 대략 중년에 이후의 삶의 목적과 전망들을 추가로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의 삶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이는 아주 절박하고도 삶의 결정적인 질문이다. 현대인 대부분이 직업을 그만둔 후에도 수십 년을 더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23쪽)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는 분노가 노인의 특징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적으로 진보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이런 수도승은 기도 안에서 훌륭한 진보를 이루었기 때문에 사탄은 불안해한다. 그래서 사탄은 기도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분노를 일으키고, 기도하려고 조용해지면 그의 속을 뒤집어 놓았던 형제의 얼굴을 내면의 눈앞에 어른거리게 한다. 분노는 기도를 방해하거나 완전히 못하게 한다. 화가 나서 기도하려 했거나 고요 속에서 묵상하려고 해 본 사람들은 에바그리우스의 이 말에 동감할 것이다.
분노와 증오는 기도와는 무관하게 노년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고 늘 어떤 역할을 한다. 계속 화가 나거나 원망이 늘 따라다니는 경험을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늙고 냉소적’이 되어 서서히 점점 더 비참하게 될 위험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수도승들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떤 말을 할까? 베네딕도는 “화를 행동으로 하지 말라”(『수도 규칙』 4,22 참조)고 충고한다.(44~45쪽)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절대로 떠올리지 않고, 어쩌면 의식적으로 삶에서 죽음을 밀어낸다. 그들은 삶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고,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영적・철학적 전통들에서는 이와 반대로 죽음이 삶 때문에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네딕도는 『수도 규칙』 4장 47절에서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두라”라고 간단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수도자는 언제 죽음이 닥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169쪽)


 

차례


머리말 _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까

1. 노년은 기회다
 나이 들어 감을 제때 알아차리기
 노년에도 계속 성장하기
 노년에 성숙하지 못하면
 장애물 치우기

2. 과거를 통해 미래로
 감사하기
 버릇 끊어 버리기
 성공을 상대화하기
 잘못 알아차리기
 과거의 아픔 허용하기
 용서하기

3. 나이 들면서 자유로워지는 발걸음
 자유로워지기
 연로한 이들을 공경하고, 연소한 이들을 사랑하라
 노인의 모태가 수태할 수 있는가
 신앙은 노년에 더 깊어지는가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두라

맺음말 _ 새로워지면 성장한다

부록 _ 물러남과 나아감

참고문헌

 


 

저자 소개

지은이 : 피델리스 루페르트Fidelis Ruppert
1938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인근 플란크슈타트에서 태어나 1959년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입회했다. 성 오틸리엔과 로마 성 안셀모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1971년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2006년까지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아빠스(대수도원장)로 재임했다. 아빠스 재임 기간 동안 자신이 전공한 고대 수도승 전통에서 영감을 얻어 수도 공동체 삶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했다. 퇴임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도원 안팎에서 다채로운 영성 강좌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특히 ‘노년을 위한’ 피정 지도에 힘을 쏟고 있다.


옮긴이 : 정하돈 안나 마리아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수녀다. 독일 아이히슈테트 대학교 종교교육학과를 졸업하고(1969) 종신서원(1977) 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편수위원을 지냈다. 1985년에 독일 뮌스터 대학교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교리신학원 강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나의 신앙고백』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행복한 사람들』 『주님의 종이오니』 『일 분 교리』 『이끄시는 길 따라』 등을 짓고,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 『부활의 기쁨 100배 맛보기』 『마리아는 우리에게 누구이신가』 『안셀름 그륀의 베네딕도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