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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부산교구 2015년 문화 복음화의 해 - 신심서적 읽기 추천도서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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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까를로 까렛도 수사의 기쁨 가득한 이 최신 노작을 세상에 내놓는 영예를 누리는 것은 단지 그의 소청에 응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도 사람을 매료하는 저자 특유의 문체로 쓰인 글 한장 한장을 단숨에 읽어 나가면서 체험한 나의 감동을 많은 독자들도 똑같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이 책에서 아씨시의 가난한 이는 스스로 자서전의 저자가 되어 있다. 이런 제목과 역할이 외람되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상의 '편법'은 오히려 성인의 속내와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일화를 그저 늘어놓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느낌이건 이야기이건 모두 다 철저히 사료에 근거해 있고 또 아씨시 성인의 정신에도 충실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시대에 절실한 현실성을 띠는 여러 메시지가 나타나고 밝혀진다.


저자가 성인의 생애에 얽힌 역사적이거나 전설적인 몇몇 일화를 해석함에 있어 비폭력이 적대 상황을 푸는 힘임을 강조한 경우도 많은 예의 하나이다.


여기 프란치스꼬 성인이 전쟁에 반대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는 그러나 말과 표양으로 평화의 전령이 되었다. 형제들에게는 온유하라고, 다투지 말라고, 시비를 따지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는 비폭력의 예언자이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보다도 사랑의 힘을 주장하기를 더욱 원했다. 왜냐하면, 까를로 수사가 썼듯이, 창조 세계가 아버지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는 진리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처럼 그대도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창조가 그대를 알아보고 미소짓는다는 것이다.


가난 역시 사회ㆍ정치적 문제로 보기보다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로, 해탈시키는 힘으로 보았다. 프란치스꼬와 그의 초기 도반道伴들은 물질로부터의 철저한 해탈이 더욱 하느님 가까이 살게 한다는 것을 안다. 그 시대에도 이기주의로 갈라지고 메마른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고 모두가 한 형제임을 보여 주기 위해 자신들이 이리로부터 저리로 내닫게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교회에 대한 사랑이, 쇄신을 바라던 많은 이의 경우 모자랐지만, 프란치스꼬에게는 전폭적이고 무조건적이었다. 그럼에도 교회를 이루는 인간들의 약점과 불충을 이단자들 못지않게 환히 보는 그였다.

프란치스꼬의 시대보다 우리 시대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두고 저자가 내놓은 다소 자극적인 일부 주장들을 보면서 혹자는 까를로 수사가 주제점게 빈자 프란치스꼬의 유순한 목소리를 자기 목소리로 바꿔치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란치스꼬 자신도 말이 더는 소용없을 때면 얼마나 정열적으로 개입했던가를 잊어서는 안되리라.


이 책은 하나의 젊은 책이다. 젊은 세대는 여기서 자신의 깊은 고뇌, 원대한 포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진실성과 일관성의 요청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인생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답에는 스무 살내기의 도장이 찍혀 있다.

이 책은 하나의 젊은 책이면서 젊은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누구나 거기서, 신화가 차례로 무너져 가는 오늘, 항구하고 인간적이고 그리스도적인 가치의 회복 내지 손짓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소설과도 같이 매력적이고, 우리 자신의 용렬함에 대한 모욕과도 같이 자극적이고, 명상과도 같이 고무적인 이 책은 읽어 나갈수록 아씨시의 프란치스꼬에게서 우리 시대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이상형을 보여주고 있다.

- 에르네스또 까롤리 신부





1. 프란치스꼬 저는
2. 구원은 가난한이에게서
3. 가난한 하느님
4. 가난의 신비
5. 명랑한 일행

6. 글라라, 나의 누이
7. 기쁨이란, 이런 것
8. 교회야, 나의 교회야
9. 표징들의 웅변
10. 비폭력의 웅변

11. 어두운 밤
12. 그리고 부활


펴내면서 : 에르네스또 까롤리
성덕의 꿈 : 까를로 까렛도
옮기고 나서 : 장익






지은이 :  까를로 까렛도 Carlo Carretto(1910~1988)

이타릴아 알렛산드리아의 한 농가에서 육 남매 중 셋째로 출생. 가족이 또리노로 옮긴 다음 거기서 살레시오회 풍의 교육을 받고, 18세부터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역사학과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도 교사생활을 계속.
평신도들의 능동적 교회참여를 위해 전개된 '가톨릭 운동'Azione Cattolica에 적극 동참, 후일 이념대립으로 파시즘체제에 저항하다가 다년간 수난.
종전 후 1945년에 비오 12세의 위촉으로 '가톨릭 교사 전국연합회'를 조직, 초대 회장으로 부임. 이어 1946년부터 '이탈리아 청년 가톨릭 운동' 회장으로 활동.
그러던 중 '가톨릭 운동' 내에서 일어난 우파 정치참여 논란에서 입장 차이로 직책을 사임, 동지들과 다른 노선을 모색.
오랜 고뇌 끝에 샤를르 드 푸꼬의 '예수의 작은 형제회'입회,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10년에 걸친 은수생활을 하고 귀국.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 수바시오 산록 시골에서 새로운 하나의 형제공동체를 세워, 기도와 노동과 체험 나누기의 삶을 시작.
자신의 신앙체험 '발견'을 뛰어나고 독특한 글과 말로 많은 이에게 전하면서 국내외에 꾸준한 반향을 일으킴.
현대의 한 예언적 수행자로 살다가, 1988년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 축일인 10월 4일 밤 스펠로에 있는 성 예로니모 암자에서 귀천.

* 1910년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 피에몬테에서 출생하여 연구와 교직생활.
* 1952년 이탈리아 가톨릭 액션 협회 회장.
* 1954년 샤를르 드 후꼬의 작은 형제회 입회.
* 10년간 사하라 사막에서 관상생활.
* 1964년 이탈리아로 돌아와 아씨시에 기도 및 묵상센터 설립.
* 1988년 사망.
* 저서로 <가시나무 덤불이 타는 곳>, <복되다 믿으신 분>, <아버지 나를 당신께 맡기나이다>, <도시의 광야>, <사막에서의 편지>, <오시는 주님> 등이 있다. 



옮긴이 : 장 익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해외로 나가 여기저기서 여러해 공부하고 사제가 되어 돌아와 교구일,본당 사목,교편생활 등을 두루 하였다.1994년 겨울 춘천 주교로 서품,착좌한 이래 주교회의 일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