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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솔한 시로 그려 낸 한 사제의 사목신학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고 90년대에 우리신학연구소를 설립해 한국의 평신도신학 발전에 기여한 부개동 성당 주임신부 호인수는 ‘인천 지역운동가들의 정신적 지주’로도 통한다. 그러나 그가 이미 시집을 두 권이나 낸 사제 시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87년 발간된 첫 시집 『차라리 문둥이일 것』은 사제품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80년대 초까지의 이야기를 모은 시집이고, 91년에 나온 두 번째 시집 『백령도』는 2년 간 백령도 성당 주임신부 시절의 소회를 시어로 엮은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목련이 질 때』는 40년 사제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25년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이다.


  『목련이 질 때』는 사제 생활 40년을 10년 단위로 나누어 4부로 묶은 시인의 고백록이자 시어로 표현한 사목신학이다. 시집은 청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사람에 대한 사랑’을 견지하면서 살아온 한 사제의 고뇌와 내면 여정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추천사
“이 시들은 세상의 아름다움이 무엇이고 삶의 기쁨이 어데 있으며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하늘의 별처럼 가슴에 꼭꼭 와 박히는 시들이다.”
―신경림(시인)

“한결같은 나무로 정직하게 살아온 그리스도의 사제가 삶으로 빚어낸 시들이 반갑고 고마워서 눈물이 나요. 이젠 너무 자책하지 말고 시 속의 첫눈처럼 나비처럼 살아주세요!”
―이해인(수녀. 시인)

“이건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온 한 사제의 일기장이자 약한 자에게 바치는 뼈아픈 반성문이자 처절한 고해성사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호 신부님 특유의 잔잔한 미소다. 오랜만에 누구에게라도 권할 수 있는 시집을 만나서 정말, 기쁘다.”
―한비야(국제구호전문가)


시인의 말
지난해부터 나의 사제생활을 이렇게 끝내면 안 되겠구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시집을 다시 엮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우리 불알친구 병수의 말대로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그동안 몇몇 가까운 친구들의 호된 질책을 여러 번 듣고서야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 발문에서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신부님이 지나온 섬들과 바다와 꽃과 새, 삶과 사랑에 대한 찬사입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자기가 쓰고 싶은 것만 쓴 시들입니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쓰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팔 이유가 없었고, 그래서 진짜 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부님은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 하나를 꼭 붙들고 사셨습니다. 세상에 보이지 않는 것들, 가장 작은 존재들과 신부님이 맺은 관계들 안에 가장 귀한 것이 있었습니다. 결국은 지나가고 사라져버릴 덧없는 인연들이지만, 그 안에서 반짝이던 눈물이 실은 진주였습니다. 신부님은 질그릇 속에 보물을 안고 사셨습니다. ‘우리들의 신부님’이 되셨고, ‘우리들의 시인’이 되셨습니다.
―박경미(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


어느덧 여름 같은 봄날
하얀 나비 한 쌍 폴폴 날아
저보다 더 흰 꽃더미 속으로 사라지더니
꽃잎 되어 후두둑 진다
떨어진 꽃잎은 나비가 아니다
서둘러 봄이 간다
―「목련이 질 때」 전문






추천사 | 신경림(시인)


제1부(1976~1986년)
장발 / 굴비 / 여보게 오늘 밤엔 우리 / 실직 / 순자 / 대부도를 떠나며 /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 / 겨울 개나리 / 폭포 / 사람들은 나를 보고 / 숯고개 아이들 / 부평시장


제2부(1987~1996년)
반딧불 / 주안역 뒤 / 어머니 / 백령도—떠나야 한다 / 백령도—찌렁새 / 백령도—벼 벤 후 / 백령도—조부락 낚시 / 유아세례를 주며 / 고해성사 / 난생 처음 이태원에서 / 은석이 / 김포평야 / 덕봉산 밑 개울에 와서 / 홍시 / 첫눈 / 세배 / 다시 섬진강에서


제3부(1997~2006년)
욕심 / 남해 기행 / 도깨비바늘 / 아버지의 등 / 마늘 / 서포리 / 진달래 / 로만칼라 / 도림동 강아지 / 사월초파일 아침 약수사 / 말지나 수녀님 / 뱀


제4부(2007~2016년)
보는 이 없어도 / 산티아고 순례길—배낭 / 산티아고 순례길—그림자 / 산티아고 순례길—개 / 4.19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 나비 / 목련 / 나뭇잎 지다 / 레지오 마리애 까떼나 / 그리움 / 혼자 드리는 미사 / 정월 보름날 / 나에게 향을 드린다 / 고로쇠물 / 우리신학연구소를 떠나던 날 / 3월, 눈 / 봉성체 / 기름값 / 쓰나미 / 부평역 지하도 / 엄마 / 어느 날 문득 / 어머니—백석 산소에서 / 안수일 변호사 / 벚꽃 아래서 / 나는 가난하지 않다 / 아버지 / 7월 / 장마 뒤 / 별 / 11월에 민들레 / 설 즈음에 / 미안합니다—홍성훈 선생을 보낸 날 / 화장—여숙자 님을 보내고 / 목련이 질 때 / 점봉산 곰배령 / 내 손녀 승윤이 승주 / 연평도 / 첫눈 / 여름 / 누나 / 바다 / 오늘 같은 밤엔 / 사랑 / 근신이 형—장례 다음 날 무덤에 와서 / 지공대사 되던 날 / 삶은 달걀을 까며 / 술값 / 기산이 형

발문 | 우리들의 신부님, 우리들의 시인(박경미)
시인의 말

 




지은이 : 호인수
1976년 사제로 수품되었다.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1987), 『백령도』(1991)가 있다.

현재 천주교 인천교구 부개동 성당 주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