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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 간 준비해 온 '중세철학총서'가, 토마스 아퀴나스의 『지성단일성』을 시발점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총서 번호가 006인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대이교도대전』이 1권부터 5권까지 예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총서 전 권에 라틴어-한글 대역 본문이 실리며, 역자의 충실한 해제와 역주, 참고문헌과 색인은 본문의 이해를 돕는다. '중세철학총서'는 대략 5세기에서 15세기까지 1,000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 라틴어로 저술된 철학 문헌들을 원전으로 삼는다. 이 시기의 철학 문헌들은 모두 보편교회의 이상 속에서 당대의 문화와 삶을 관통한 그리스도교라는 종교적 배경을 하나의 공통의 틀로 지니고 있다. 분도출판사가 발간하는 '교부문헌총서'가 1세기에서 8세기까지의 그리스도교 문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 '중세철학총서'는 기존의 '교부문헌총서'와 시대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밀접한 연계성을 지닌다 하겠다. 총서 발간의 목적과 의의에 대해서는 아래에 전재된 간행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은 지성단일성을 주장한 아베로에스주의자들에 대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통렬한 비판이다. 중세 아리스토텔레스 '공인' 주석가 아베로에스는 지성을 개별적 인간 영혼에서 분리·독립되어 존재하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단 하나뿐인 실체라고 해석했다. 이 입장은 개별적 지성을 인간에게서 배제시키기 때문에, 개별적 불멸성과 사후 형벌에 대한 그리스도교 믿음의 기반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13~14세기 파리 대학 인문학부의 아베로에스주의자들은 이 해석을 아리스토텔레스 『영혼론』에 대한 올바른 해석으로 인정했다. 그들은 이 주장으로 1270년과 1277년 두 차례 단죄되었다. 이 책에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통박해 마지않는 주제가 바로 아베로에스주의자들의 지성단일성론이다.


'철학자' 토마스는 치열한 논쟁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논적 아베로에스주의자들의 해석이 그리스도교 교의에 위배됨은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마저 왜곡시키고 타락시킨다고 거칠게 몰아붙인다. 다른 저술에서는 자기 견해를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풀어쓰면서, 반대 견해에도 전혀 동요되거나 흥분하지 않던 토마스가 아닌가?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 책에서만큼은 그토록 평상심을 잃고 분노하게 만들었는가? 대답 그 이상의 것이 이 책 속에 있다.






해제


1. 저술의 배경과 연대
2. 아베로에스와 아베로에스주의자들
2.1 아베로에스 2.2 시제 브라방
3. 저술의 개요
3.1 지성분리성 비판: 1-3장 3.2 지성단일성 비판: 4-5장
4. 저술의 영향과 의의


본문과 역주


제1장_아리스토텔레스 해석을 통한 지성분리성 비판
제2장_소요학파 이론을 통한 지성분리성 비판
제3장_철학적 논변을 통한 지성분리성 비판
제4장_지성단일성 비판
제5장_지성다수성을 위한 철학적 논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1225년경 이탈리아 남부 아퀴노 인근 로카세카에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년기에 몬테카시노의 베네딕도회 수도원과 나폴리 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1244년경 도미니코회 수도원에 입회했다. 이를 반대한 문중에서는 그를 일 년 동안 납치하여 결정을 철회할 것을 종용했다. 이런 난관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알베르투스 마뉴스의 지도를 받기 위해 쾰른으로 간다.
학창 시절, 과묵하고 몸집이 커서 '말 없는 황소'라는 별명이 붙어 다녔다. 토마스의 탁월한 재능을 간파한 알베르투스는 "우리는 그를 '말 없는 황소'라 부르지만 언젠가는 그의 이론이 울부짖는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질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토마스는 1256년 신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파리 대학을 필두로 강의·설교·저술에 정진했다. 1259년부터 이탈리아로 돌아가 여러 도시에서 강의했고 1269년에는 두 번째 파리 대학 교수직을 맡아 1272년까지 가르쳤다. 일생에서 가장 왕성하게 학문 활동을 한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아리스토텔레스 해석을 둘러싸고 일어난 파리 대학 인문학부 교수와 신학자들과의 논쟁에 깊이 개입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토마스는 1274년 리옹 공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중 포사노바의 한 수도원에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1323년 시성되었으며, 1879년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영원하신 아버지」에 의해 그의 사상이 가톨릭 교회의 공식 학설로 인정되었다.
주저 『신학대전』과 『대이교도대전』 외에도 토론 문제집, 성경 주해서, 아리스토텔레스 주해서, 논쟁적 저작 등 방대한 저작이 전해진다.


이재경은 연세대학교와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토론토대학교 중세학과(Centre for Mediaeval Studies)에서 문학석사, 2000년 같은 대학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철학연구소 박사후과정을 마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술연구교수와 한국성서대 연구원을 거쳐 연세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와 13세기 심리철학』(대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 2002)을 썼고 아베로에스의 『결정적 논고』(책세상 2005)와 조지 그라시아의 『스콜라 철학에서의 개체화』(이재룡 공역, 가톨릭출판사 2003)를 우리말로 옮겼다. 그 밖에 “The Intellect-Body Problem in Aquinas”, Archiv für Geschichte der Philosophie 88 (2006), 「중세 이슬람철학의 합리주의 흐름」 『철학논총』 33 (2003), 「아비첸나의 '진공 속의 인간'」 『철학논총』 47 (2007), 「르네상스 철학자 폼포나치의 아리스토텔레스 읽기」 『철학』 88 (2006), 「'성난 황소'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연구』 81 (2002), 「알가잘리의 인과 이론과 기적의 문제」 『중세철학』 10 (2004), 「토마스 아퀴나스와 실재론의 안팎」 『인간연구』 8 (2005) 등의 연구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