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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Christian Meditation


1976년 11월 베네딕도회 수도승 사제 존 메인은 토마스 머턴이 수도생활을 했던 켄터키주 겟세마니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초대에 응해 기도에 대한 강연을 한다. 본서는 존 메인의 두 차례 강의와 질의응답을 녹음해서 글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그의 강연 녹취록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겼고 현대 그리스도교 영성사에 한 획을 그었다. 본서는 40년 이상 수많은 사람들을 움직였고 기도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지금까지도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스도교 묵상 - 가난하고 단순한 기도의 정수


기도에 대한 책들은 수없이 많다. 그리스도교만이 아니라 이웃 종교들과 사이비 종교들과, 종교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여러 수련 단체들이 저마다 ‘효험 있는’ 기도나 명상의 방법을 알려 준다. 인터넷에서 ‘명상’이나 ‘기도’라는 단어로 검색만 해도 관련 자료들이 널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쓸 만하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자료를 찾는 일은 별개의 사안이긴 하지만, 아무튼 기도와 명상에 대한 정보들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왜 묵상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가? 기도나 묵상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또 기대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또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들은 묵상에 입문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물음들이다. 저자 존 메인 신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묵상의 핵심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서도 간명한 답변을 제공한다.


본서는 기도에 대해 아주 명료하고 깊이 있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전혀 새롭다거나 독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단순하고 평범한 길로 안내한다. 수도승 전통에서 재발견해 길어 올린 이 묵상법은 오랫동안 잊혔던 기도 방법이기에 많은 그리스도인에게는 아주 새롭고 독특하게 다가올 것이다.


존 메인 신부는 자신이 어떻게 묵상을 배우게 되었으며 어떻게 묵상의 깊은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묵상에서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해 온전히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 설명한다. 묵상의 방법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체험과 결부해서 묵상을 설명하고 그것이 그리스도교 전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명쾌하고 깊이 있게 안내해 준다는 점에서 본서는 다른 묵상 서적들과 구분된다. 체험에 기반을 둔 저자의 단순한 가르침은 깊은 울림을 주며, 이 울림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전역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본서는 관상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글로 푼 것이지만 수도자나 성직자들뿐 아니라 기도의 길을 찾는 모든 이에게 도움을 준다. 가난한 기도와 단순한 기도의 실행과 의미에 대해서 이 소책자만큼 명료하게 설명하고 기도 자체로 이끌어 주는 책은 흔치 않다. 80쪽 정도밖에 안 되는 소책자이지만 여기에 담긴 체험과 내용은 단순하면서도 깊고 넓다. 이 작은 책자는, 가난하고 단순한 기도를 구하는 이들에게는 상서로운 통찰을, 기도와 묵상을 접었다가 다시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의욕을 선사할 것이다.



책 속에서

세라피온은 이론이 아닌 실천을 통해서 요한 카시아누스가 꾸준히 ‘가톨릭’ 기도 방식이라고 부르는 기도에 입문합니다. 이 기도는 상像이 없는 기도, 한 음절을 반복함으로써 그 자체를 통제하는 ‘가난의 기도’입니다.(30쪽)


저는 이것이 유일한 기도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나라에는 많은 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가 발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고 탁월하면서도 단순한 길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여러분에게 맞는 구절을 찾아서 충실하게 반복하는 것입니다. ··· 사실 아침저녁으로 날마다 겨울이건 여름이건 하고 싶건 하고 싶지 않건 그 구절을 꾸준히 되뇌는 일은 많은 용기와 결단과 강인함을 요구합니다. ··· 만일 이 일을 실천한다면 여러분은 수도생활을 새롭게 이해할 것이고 엄청난 풍요로움을 느낄 것입니다.(33-34쪽)


묵상기도는 신학적 명제에 관하여 성찰하는 지적 훈련이 아닙니다. 묵상에서 우리는 하느님에 대하여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성자인 예수님이나 성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묵상에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더욱 위대한 무엇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존재하고자 하고, 예수님과 함께 존재하고자 하며, 성령과 함께 존재하고자 합니다. 단지 그분들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성부를 계시한다는 것은 우리가 알아야 하는 한 가지입니다. 예수님이 성부께 가는 길이라는 것도 우리가 알아야 하는 한 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성령의 능력을 체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안입니다. 그러한 체험 안에서 그분의 아버지요 우리 아버지이신 분의 현존으로 들어가게 됩니다.(42-43쪽)


묵상은 정확히 믿음의 기도입니다. 그분이 나타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절대 타자가 나타나실 것이라는 확실한 보증 없이 자신을 내어 맡깁니다. 모든 가난의 본질은 이러한 소멸의 위험 속에 존재합니다.(53쪽)


묵상의 기술은 만트라를 끊임없이 되뇌는 데 있습니다. 이 일은 단순하지만 어렵습니다. 참된 단순함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 앉아서 등을 곧바르게 하십시오. 그리고 만트라를 되뇌십시오. 이것이 전부입니다.(69-70쪽)









머리말


제1담화_묵상에 입문하다

제2담화_신앙의 진리는 어떻게 확인되는가?

제3담화_질의응답






지은이 : 존 메인John Main
성 베네딕도회 수도승. 1926년 런던에서 태어났고,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영국령 말라야에서 중국어 통역관으로 일하던 중 힌두교 수도승을 만나면서 묵상에 입문했다. 유럽으로 돌아와 더블린에서 법학을 가르치다 1957년 베네딕도회 수도승이 되었다. 요한 카시아누스의 저작에 담긴 그리스도교 묵상을 재발견할 때까지 영국과 미국에 있는 베네딕도회 계열 학교들에서 교사로 재직했다. 1975년 첫 그리스도교 묵상 센터를 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베네딕도 공동체를 설립해 달라는 몬트리올 교구의 초대를 받아들여 그곳에서 묵상을 가르치며 수행에 전념했다. 1982년 12월 30일 이 공동체에서 귀천했다. 우리말로 번역된 『침묵으로 이끄는 말』 외에 『육이 된 말씀』 『창조의 마음』 등의 저서를 남겼다.


옮긴이 : 허성준
1992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종신서원을 하고 1993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같은 해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영성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1997~2000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성 요한 대학교에서 수도승 신학을 공부했다.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신부를 거쳐,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사막 수도원에서 3년간 깊은 고독과 침묵 중에 수도생활을 했다.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파티마 분원 지도신부와 파티마 병원 원목신부를 지냈으며, 현재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신부로 봉사하고 있다.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I·II』 『스승님, 기도란 무엇입니까?』 『사막에서 길을 묻다』 『행복에 이르는 길』을 쓰고 『구심기도』를 옮겼으며, 「렉시오 디비나 오디오북」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성독) CD」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