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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회헌constitutio religiosa은 각 수도회의 기본 법전으로서 수도회의 고유한 성소, 목적, 정신 등 본질적인 요소와 더불어 수도회 통솔, 재산 관리, 회원들의 입회, 양성, 퇴회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범까지도 명시하고 있다.


예수회 회헌도 마찬가지로 예수회의 목적과 규범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그 초안은 창립자 성 이냐시오에 의해 1544년부터 6년에 걸쳐 작성되었다. 하지만 이냐시오는 이를 완성본으로 여기지 않았고 1556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도와 식별 안에서 계속해서 수정 보완 작업을 했다. 이렇게 예수회 회헌은 하느님의 섭리와 이냐시오의 노고로 긴 세월 동안 어렵게 완성되었으나, 동료 보바디야가 마치 미로와 같다고 불평을 했을 정도로 내용이 복잡하고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회 회헌은 완성된 지 수 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그 안에 담긴 넓은 시야와 예언자다운 가치가 매우 뛰어나며 다른 회헌들과 명확히 구별이 되는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지난 4세기 반 동안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하려는 예수회원들의 노력이 있어 왔는데, 브라이언 오리어리 신부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예수회 아일랜드 관구 소속으로서, 영성 사도직 분야에서 오랫동안 영성가로서 일해 왔으며 현재는 이냐시오 영성에 관해 학문적, 실천적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예수회원이다.


그는 예수회 회헌 근저에 흐르는 영적 원리, 즉 영신수련의 정신을 회헌 안에서 찾아내어 이 책 안에서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회헌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자칫하면 간과하기 쉬운 이냐시오의 영성과 그의 관점을 독자가 놓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회헌 내용에 대해서 오랫동안 깊이 있는 영적 성찰을 하지 않았다면 감히 제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오리어리 신부가 이 책에 ‘탐구’라는 부제를 붙인 건 참으로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이냐시오 영성에 많은 기여를 하여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저자의 확실한 안내를 받아, 영적으로 매우 깊고 풍성한 영역에 이르게 될 것이며, 특히 수도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각자의 회헌을 더 깊이 이해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성소를 새롭게 돌아보게 할 소중한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예수회라는 몸체와 각 회원을 향한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회헌』 전체를 관통한다. 개별 회원의 경우 이러한 하느님 사랑 체험의 절정은 그리스도의 포도밭으로 회원을 파견하는 문제를 다룬 제7부에 나온다. 사랑을 받는다는 건 파견된다는 것이고, 파견된다는 건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회헌』을 읽는 한 가지 방식은 제7부를 중심에 두고, 그 앞에 나오는 모든 것을 이러한 파견의 준비 과정으로, 그 뒤에 나오는 모든 것을 파견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48쪽)


도미니크 베르트랑Dominique Bertrand은 『회헌』에 섬세하게 표현된 과정이나 흐름이 그리스도의 육화를 닮았다고 본다. 『회헌』 역시 몸을 취하는 것, 곧 공동체를 통해 구체화되길 갈망하는 정신을 보존하고 표현할 몸의 탄생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정신에 해당하는) 은사는 (몸과 피에 해당하고, 토착화 및 역사화되는) 몸을 필요로 한다. … 정신이나 은사는 각 회원의 몸(물리적이기도 하고 영적이기도 한 전체 인격) 안에서 육화되어야 한다. 그런 후에 같은 정신이나 은사가 예수회라는 몸체(물리적이기도하고 영적이기도 하고 사회적이기도 한 전체 조직) 안에서 육화되어야 한다. 『회헌』이 밝히듯이 그 몸체(개인)는 성장하고 발달하며, 발달과 동시에, 또 발달을 ‘통해서’ 점점 더 예수회라는 몸체(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조직)로 통합되어 간다. (48-49쪽)


여기에서 이냐시오는 세상이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보는지, 곧 그들이 하찮고 존재감이 없는 바보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청빈 서원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생생하게 설명한다.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실 때 선택한 방식이 그러했다. 청빈을 위한 이러한 동기(가난하고 고통받으신 그리스도와 함께하려는 열망)가 『회헌』에 언급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전제된다.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회헌』은 이미 영신수련의 은총을 받은 이들을 향한 문서이다. (115쪽)

이 글은 이냐시오의 모든 계획 속에서 ‘파견sending’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회원의 미션 또는 파견에 관한) 『회헌』 제7부를 다룰 때 그것을 예수회라는 공동 사업 내 효율적 인사 관리의 정수로만 보지 말고, 이냐시오의 신비적 통찰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걸 일깨워 준다 (144쪽)


파견할 권한은 관구장에게 있지만, 그가 상대하는 이는 영신수련의 은총을 받아 스스로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현명한 관구장이라면 자신(관구장)만의 식별에 의존하여 누군가를 선교 파견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회원과 대화를 나누며 그가 기도하면서 가지게 된 생각과 제안들을 들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최종 결정과 “선교 파견sending”은 장상이 하겠지만 모든 건 함께 식별한 결과일 것이다. (210쪽)


더 나아가 요약이라는 개념은 고정되어 있는 느낌을 주지만 거듭 확인했듯이 『회헌』은 역동적이고 유기적이어서 계속 발전한다. 『회헌』 내 이러한 내적 움직임은 제9부에서 끝나지 않고, 제10부는 그저 앞에 나온 내용을 요약하는 부록으로 덧붙여진 게 아니다. 반대로 『회헌』의 역동성은 제10부를 포함하며 그것 없이는 완결되지 않는다. (237쪽)






약어표 8
서문 (조지프 A. 뮤니타이즈 SJ) 10


1. 개인에서 몸체로 15
2. 성소 식별과 육성 51
3. 서원에 따른 사도적 생활 양식 97
4. 염원해 온 파견 136
5. 흩어져 있는 이들의 일치 170
6. 섭리로서의 통솔 201
7. 희망을 품고 미래를 향해 232







지은이 : 브라이언 오리어리 SJ
 예수회 아일랜드 관구 소속 사제. 성 베드로 파브르의 저술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영성 사도직 분야에서 영성사, 수도생활, 이냐시오 영성, 영적 지도를 강의했다. 현재는 이냐시오 영성에 관해 학문적, 실천적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교회일치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다.


옮긴이 : 윤성희
 서강대학교와 런던 히스롭 칼리지에서 영문학, 철학, 신학을 공부했으며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구약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감수 : 권효섭 SJ
 예수회 한국 관구 소속 사제. 아일랜드 예수회 밀타운 신학대학에서 영성신학(S.T.L)을 전공했으며, 현재 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