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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을 흘러온 영성의 향기

 인류의 참스승 마이스터 엑카르트





그대는 물으리라, 그 자체로 그토록 고귀한 초탈이란 무엇이냐고 ….

 참된 초탈이란 이러하다.

 거대한 납덩이가 미풍에 꿈쩍도 않듯이,

 기쁨이나 슬픔, 영예, 굴욕,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공격해 와도 영은 꿈쩍하지 않는다.

 꿈쩍 않는 초탈이야말로 사람을 하느님과 가장 닮게 해 준다.

 하느님이 정녕 하느님일진대,

 하느님은 그 초탈을 당신의 꿈쩍 않는 초탈로부터 지니고 있으며,

 이 초탈로부터 하느님은 당신의 순수성과 단순성과 불변성을 지닌다.





14세기 독일 신비주의자이자 신학자인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교회 역사상 가장 수수께끼 같고 논쟁거리인 인물이기도 하다. 문화적으로 엑카르트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역할을 한 인물도 드물다. 그는 이단이자 '하느님이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사람'이다. 그리스도교 목자이자 불교 현자다. 신플라톤주의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다. 페미니즘의 예언자이자 환경 수호의 성인이다. 중세 학자임에도 하이데거·블로흐·데리다 같은 현대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장본인이다.


1260년경 독일 동부 튀링겐 지방에서 태어난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젊은 시절 에르푸르트의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회한다. 그는 알베르투스 마뉴스가 세운 쾰른 수도원 대학에서 수학하고 파리에서 명제집 강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독일로 돌아와 에르푸르트 도미니코회 공동체 원장 겸 튀링겐 관구장 대리를 지내면서 자체 공동체뿐 아니라 관할 관구의 여성 공동체들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계기로 빙엔의 힐데가르트, 마그데부르크의 메히틸트, 마르그리트 포레트 같은 여성 신비가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시 파리에서 교수로 활동한 엑카르트는 신플라톤주의 형이상학을 바탕으로 거룩하고 이름할 수 없는 하느님을 추구하고, 버리고 떠남으로써 인간과 신이 하나 되는 길을 가르치면서 교회의 위험인물로 떠오르게 된다. 라틴어 대신 당시 일상어인 독일어로 설교하면서 인간 개개인이 내적으로 신과 합일을 이룰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위험한 가르침을 펼쳤지만 혼란하고 불안한 삶을 영위하던 중세인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살아생전 이단 재판에 휘말리면서도 겸허히 자신의 진정성을 피력하고 그럼에도 교회의 울타리 안에 머무르고자 했던 마이스터 엑카르트가 교황 요한 22세의 1329년 3월 27일 자 단죄 교서 < 주님의 밭에서 >In agro dominico가 공포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후 오랜 세월 묻혀 있던 그의 작품들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부활하고 재조명되었다. 프란츠 폰 바더와 헤겔, 쇼펜하우어가 주목했을 뿐 아니라 '게르만 민족의 위대한 사도'라는 명목으로 나치의 추앙을 받기도 했다. 20세기 들어 엑카르트의 전작을 간행하려는 야심 찬 기획이 이루어졌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불교를 비롯한 동양 종교와의 유사성을 밝히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 떠나 신과 하나가 되라는 그의 목소리는, 700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차례

        감사의 말

        약어

        서문


III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배경

        1·마이스터 엑카르트를 읽는 법

        2·인간 마이스터 엑카르트

        3·마이스터 엑카르트와 당대 수도 여성들

        4·마이스터 엑카르트와 독일 도미니코 학파


III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사상

        5·합일의 신학

        6·합일의 표상

        7·합일의 영성


III ·마이스터 엑카르트 이해하기

        8·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언어

        9·마이스터 엑카르트와 그리스도교 정론

        10·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향


         에필로그

         부록 I: 엑카르트의 독일어 설교 본문 편집사

        부록 II: 성경 주석가 엑카르트

        참고문헌

        색인



  지은이  :  올리버 데이비스Oliver Davies

 남웨일스 출신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 독일 종교 문학을 전공했다. 쾰른 대학에서 2년간 강의했고 웨일스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쳤다. 2002~2003년 버지니아 대학 초빙 교수를 지내고, 지금은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신학 교수로 있다. 저서로 God Within (Darton, Longman and Todd 1988), Living Beauty (Darton, Longman and Todd 1990), A Theology of Compassion. Metaphysics of Difference and the Renewal of Tradition(London: SCM Press 2001; Grand Rapids: Eerdmans 2003) 등이 있다.


 옮긴이  :  이창훈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0년부터 평화신문 취재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엮은 책으로 『내가 선택한 가장 소중한 것』(2006), 옮긴 책으로 『영적 독서를 위한 루가 복음』(1992), 『나는 왜 믿는가』(2009), 『나쁜 가톨릭 신자의 착한 생활 가이드북』(2010) 등이 있다.